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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린이 일기장/What I Did

2022-1 SMU(싱가포르 경영대학) 교환학생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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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교류 글에 짧게 언급했다시피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난 1학기를 보냈다. 1월에 개강을 한 덕분에 4월 종강 후 한 달 넘게 여유를 즐기는 중이다.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큰일을 잘 치러냈기 때문에, 간단한 후기와 느낀 점을 글로 작성해보려 한다.


1. 싱가포르에 산다는 것

싱가포르는 생각보다 적도에 가까운 나라로 일 년 내내 더운 열대기후를 가지고 있다. 나는 1월부터 4월까지 딱 4달을 지냈는데, 1~2월은 비가 좀 자주 오는 대신 야외 활동하기에 어렵지 않은 날씨였고, 4월이 다가올수록 햇볕이 따가워 돌아다니기 어려웠다. 더운 날씨 때문에 싱가포르의 실내 건물(쇼핑몰, 학교, 호텔 등) 대부분은 에어컨을 아주 세게 가동한다. 이런 이유로 외출을 할 때는 늘 보부상이 되기 일쑤다. 물 한 병, 우산, 가디건을 꼭 지니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아 식당에선 휴지를 제공 안 하거나 돈 받고 파는 경우가 많아서 휴지도 들고 다녀야 한다. 😅

동네 카페만 나가도 기본 짐이 이만큼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거나 혹은 한 발 앞선 코로나 정책을 시행했다. 내가 입국할 때부터 여러 서류 검사나 코로나 검사 결과를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식으로 행정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ART(신속 항원) 검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시아 국가는 아시아 국가라고,,, 5인 인원 제한, 10시 통금, 야외에서 마스크 쓰기 규제 등은 3월 말까지 있었다. 유럽 친구들은 무슨 바닷가에서까지 마스크를 껴야하냐고 많이 투덜대곤 했었다. ㅎㅎ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벌금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는 나라다. 나 역시도 생활 초반에는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온갖 법규들이 떠올라 길에서 음료수 마시는 것조차 해도 되는 행동인가? 망설이곤했다.

하지만 싱가포르도 역시 사람 사는 곳. 막상 가보면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을 하루에 서너 번씩 만날 수 있으며,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오히려 경찰차는 4개월 동안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인 만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사소한 것들까지 법으로 정해두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싱가포르에서 무단횡단이나 길거리 흡연만큼(?)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은 바로 '러닝 하는 사람들'이다. 국적 불문하고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이 뛰어다녀? 이야기를 할 정도이니... 말 다했지! 유모차를 끌면서 뛰는 젊은 사람들부터 땀에 흠뻑 젖은 채 천천히지만 멈추지 않고 움직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밤낮 남녀노소 불문 러닝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러닝 이외에도 수영, 테니스, 클라이밍 등 운동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 분위기 때문일까, 나도 한국에서 코로나 시국 2년 동안 움직인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산책, 트레킹, 수영을 하며 움직인 것 같다.

 

2. 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 SMU

나는 싱가포르의 중심지에 위치한 싱가포르 경영대학, SMU에서 한 학기를 보냈다. 원래는 NTU, 난양공대를 가고 싶었는데, 난양공대는 교환학생들에게 3, 4학년 CS 수업을 오픈하지 않기도 했고, 기술 공부보다는 영어로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수업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SMU를 선택하게 되었다.

SMU의 장점이 있다면 단연 학교 위치. 싱가포르의 중심에 위치하는 만큼, 공강 시간에 혹은 수업 끝나고 주변에 놀러 가기가 좋다. 학교 근처에만 각기 다른 라인의 3개의 MRT역이 있다. 또 학교를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아서 건물들이 신식이고, 시설도 깔끔하고 좋다. 건물들끼리는 모두 지하로 연결되어 있어서 비가 와도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앞서 언급한 3개의 역 중 2개의 역은 SMU의 지하와 연결된 출구가 있다.

하지만 단점 역시 치명적인데, 워낙 학교가 시내 중심지에 위치하다 보니 교환학생들에게는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환학생들은 집을 직접 구해야만 한다. 학교에서 연결해주는 학생 호스텔이나, 혼자 룸 렌트를 하거나 혹은 교환학생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모아 집 홀 렌트를 해 살거나. 문제는 집 값인데, 일반 가정집 방 한 칸(화장실은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 이런 방을 커먼 룸이라고 부른다.) 렌트하는데 1000달러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한화로는 약 90만 원. 화장실까지 단독으로 사용하는 마스터룸은 못해도 1200달러 정도는 줘야 한다. 여기에 학교까지 통학하는 비용은 별도니까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주거와 통학에 사용하는 셈. 덕분에 경제관념이 박살 나서, 서울 역세권 월세 80만 원에 신축 오피스텔 산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저렴한데?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ㅎㅎ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친해지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밤늦게까지 놀려고 해도 놀 장소가 있다거나, 같이 귀가하는 친구가 있어야 마음이 편한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그래도 친해질 사람들은 사실 다 친해지긴 한다. 코로나 때문에 단체 행사 같은 게 적었던 점도 아쉬운 점 중에 하나였는데, 지금은 규제가 다 풀려서 아마 다음 학기부턴 코로나 이전의 교환학생 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MU의 수업 분위기는 대체로 활발하고 열정적이다. 교수님들도 학생들의 의견을 굉장히 많이 물어보시고, 발표나 디스커션 참여 점수가 다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다. 아예 교수님들이 학생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게, 또 조교님이 성적을 체크할 수 있도록 내 자리 앞에 이런 Name tent를 둔다.

교환학생들도 하나씩 만들어줬는데, 나는 며칠만에 잃어버렸다,,,ㅎㅎ

한국에서도 발표 점수를 매기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다들 점수를 위한 발표를 해서 현타를 느낀 적이 많았는데, 싱가포르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수업 때 만난 풀 타임 한국 유학생 말에 따르면, 싱가포르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좀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발표 자료나 레포트를 만들어도 형식이나 폰트 종류, 사이즈 등에 굉장히 집착해서, 교수님들께 꼭 그런 것에 대해 문의한다고. 그런데 또 시험 서술형 문제에 5문장 이내로 서술하라고 되어 있어도 자신들이 아는 모든 걸 다 적어내는 타입이라고 한다. (이 규칙은 왜 안 지키는데...) 그래서 외국인 교수님들은 'Calm down'하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고 한다.

SMU에서는 또 팀플을 굉장히 많이 시킨다. 수업 커리큘럼 상 대부분의 팀플 중간 점검 기간, 마무리 발표 기간이 몰려있다 보니 그때 되면 다들 시간 약속 잡기도 어렵고, 피곤하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좀비가 된다. 👽 그중에서도 팀플 끝판왕으로 불리는 코스가 따로 있는데, 기업 혹은 정부 조직과 연계해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SMU-X라는 코스이다. 그리고 뭐든 체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 남혜린. 경영 전공도 아니면서 당당히(?) 경영학과 SMU-X 코스를 신청해 수강했다. 이번 학기 주제는 DSM이라는 비타민 원료 공급 회사의 아시아 시장 진출 플랜을 기획하기.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우리 조는 한국 시장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4~50분' 가량의 '무보수' '영어' 인터뷰를 위해 총 6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설문지를 번역해 친구들에게 사정해 부탁하는 등 각종 불편하고 귀찮은 일을 모두 떠맡았다. 😓

홍삼의 '삼'이 3과 발음이 같아서 오메가-3와 연결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우겨서(?) 홍-3... GINSENG-3이라는 이름을 지었다,,ㅎㅎ

그렇게 완성된 우리 팀의 홍삼-오메가 3 음료... 나름 한국인 관점에서 열심히 피드백했는데... 서양 친구들에게 한국 스타일 패키징 4~5개 보여줘 봤자 그런 패키징이 뚝딱 나올 수도 없고, 교수님들도 한 분은 내 개인적인 의견 말고 인터뷰 결과도 그랬냐?라는 말만 반복하시고 한 분은 한국인들은 술 많이 마시지~ 홍삼은 짜 먹는 거 아니야~?라는 말씀만 반복하셔서...ㅎㅎ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걸로 나 혼자 마음먹었다. 🙄 그래도 친구들과 한국의 소비문화, 건강 문화나 인삼, 홍삼은 무엇인지, 어떤 맛이 나는지 등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수업이었다.

 

3.  What I've learned

싱가포르에 다녀오고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바깥에 다양한 사람들과 큰 시장, 즉 많은 기회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그 세상에 부딪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1~2학년 때부터 바쁘게 산 덕분에, 보통 내 나이 또래 친구들 중에서는 항상 좋은 스펙을 가진 편에 속해왔다. 항상 나의 부족한 점을 고민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려고 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나도 모르게 ‘나 정도면~’ 이란 마음도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자만은 싱가포르에 그대로 묻히게 되었다. 😣

역시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어였다. 스피킹은 둘째치고 자신 있었던 리스닝도 안 되는 현실. 채팅할 땐 약어는 왜 이렇게 많이 쓰는지? 정직한 문장으로 모든 단어 꼬박꼬박 쳐서 보내는 건 나뿐이더라. 모든 일의 기본이 되는 영어에서 부족함을 느끼다 보니,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일도, 팀플에 참여하는 일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팀플 하면 내 성에 차는 완성도를 위해 주로 리더를 맡는 편이었고, 항상 의견이나 피드백도 활발히 내곤 했었는데... 못 알아들은 나 때문에 회의의 맥이 끊기는 게 싫어서, 내가 말했을 때 못 알아들었다는 반응이 싫어서, 머릿속으로 어떻게 말해야지 생각해보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어느 순간부턴 그냥 내가 할 일만 체크하고 넘어가는 날이 잦아졌다.

(+ 혹시나 SMU 교환학생으로 검색해서 들어왔다가 겁먹을 사람들을 위해...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내 앞에서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뒤에서는 모름 ㅠ_ㅠ  항상 이런 고민을 말하면 다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온 것 알고 있어서 이해한다, 아니다 너 영어 충분히 잘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ENTJ의 웃픈 2월 22일자 일기 😂

수업 시간에 진행되었던 토론이나 과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 가지는 세상에 이렇게 많은 기업이 있었는데 작고 특이한 우리나라 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또 다른 한 가지는 생각을 좀 하고 살아야겠다는 것(?). 수업에 한국인들이 많지 않다 보니, 한국의 시장은 어떤지,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능숙하게 묻지 않은 부분까지도 대답하는 친구들과 달리 나는 대부분  ^__^? 하는 표정과 함께 우물쭈물하는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대부분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만, 그래도 (그 수업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또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내가 준비한 것 : 오징어 게임, Kpop / 실제로 질문받은 것 : 한국의 친환경 시장 동향, 북한과의 관계는 어떤지(정확히는 미사일 쏜다는 뉴스 들으면 어떤지,  왜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들과 같은 연대감이 없는지...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한국 밖 또 다른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아니 제 몫 이상을 하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남아보고 싶어졌다. 해외 경험이라는 내 인생의 한 챕터를 부정적인 기억을 끝으로 닫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4. 그래서 앞으로는?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미국에 간다. 정부와 학교에서 운영하는 미국 인턴십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7월부터 12월까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보틱스 회사의 Computer vision 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

사실 해외 생활을 좀 더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말이 좋아 오기지, 사실은 객기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하며 여러 정보를 묻고 찾아 나섰다. 해외에 취업을 하고 비자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나라에서 석사를 하는 것. 학부 졸업을 막 앞둔 나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나의 남은 20대, 길게는 3~40대를 보낼지도 모르는 나라를 지금 당장 정하는 건, 해외 생활 자체에도 확신이 없는 나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고.

그래서 학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한 번 더 해외 생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싱가포르와는 사람들의 생김새도, 음식도, 시간까지도 정말 다른 미국. 한국에 들어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나라에 가 생활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되지만,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고 또 느끼고 와야지. 2022년은 나의 인생에 있어 어떤 값진 전환 포인트가 될까?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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