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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린이 일기장/What I Did

나의 첫 논문 제출 회고 🐣 (부제: 다음엔 이렇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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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Supplementary 제출을 끝으로 나의 첫 논문 제출이 마무리되었다. (물론 8월 중순에 리버탈이 남긴 했지만...) 연구실 분들과 첫 킥오프 미팅을 하고 꼭 10개월 만이다. 헤어 스타일 합성 태스크를 시작한 지는 1년 반 정도니까... 꽤나 오랜 시간을 이 주제에 몰두했다. 아직 Accept이 된 건 아니지만, 우선 끝났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컴퓨터와는 잠시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밥도 잘 해먹고, 다시 운동도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냥 이렇게 놀기만 하다간 느끼고 배운 점들, 아쉬운 점들을 금세 까먹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나의 지난 10개월을 돌아보고 다음 연구라는 게 있다면(...) 그땐 이렇게 해야지, 정리해본다.

나는야 리틀 슈퍼 짱 쥬니어! 리슈짱쥬! 🤸


좋은 문화의 안정적인 조직은 나를 성장하게 해요

"ICCV 내셔야죠?"

이게 무려 킥오프 미팅에서 들은 말이다. (ICCV가 당시 CVPR 다음으로 가장 적게 남은 탑티어 학회였던 것 같다.) 난 '학부 2학년 쫌쫌따리를 데려다가 어디에 쓰시려고...' 생각하며 의기소침해있었는데... 🙄
"탑티어 학회를 목표로 해야 세컨티어라도 낼 수 있어요~"

그 당시엔 그냥 별생각 없이 웃고 넘겼던 말들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마인드를 가진 조직에서 연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참 행운인 것 같다. 덕분에 빠르게 큰 세상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정말 해외 학회에 논문을 제출할 수 있었고, 당연하게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정말 본받을 점이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믿어주시고, 대등한 연구자로서 존중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이 분들을 보며 왜 이 연구실이 좋은 실적을 낼 수밖에 없는지, 좋은 문화의 체계 잡힌 조직에 속하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나중에 후배에게 이렇게 해줄 수 있을까?)

좋은 조직은 혜린이를 성장하게 해요!

 

다양한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자

연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었다. 그에 기반이 되는 배경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 중간에 새롭게 도입된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에 기반이 되는 개념이 알고 보니 Computer vision 분야에서 엄청 흔히 사용되는 개념이었다😑. Tracking, Video Generation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Related work 파트를 쓸 때도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도 논문 나름 많이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갈 길이 멀군.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꼭 아니더라도, 읽고 들어 두면 연구를 할 때 분명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 그랬구나~'하고 읽기보다는 '왜 이런 아키텍처, 모듈을 사용했는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생각하면서 읽기, 이 연구에서 부족한 점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떤 식으로 태클링해볼 수 있을지, 라이팅은 논리적인지 등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앞으로 논문을 읽을 때 이런 점들을 의식해서 읽고 정리해봐야지.


의견을 내고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10개월 동안 회의에 들인 시간이 몇 시간이나 될까? 약 5달간의 주 1회 교수님 미팅, 교수님 미팅을 준비하기 위한, 교수님 미팅을 정리하기 위한 학생 미팅... 한참 바쁠 때는 오전 7시, 자정 넘겨서...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회의를 했다. 그런데 나는 의견 내는 일이 참 두렵고 조심스럽다. 내가 잘못 이해하고 바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봐, 좀 더 고민해보고 말하고 싶어서 등등 여러 이유에서다. 그래서 모든 회의가 끝난 후, 조용히 가장 친한 석사생 언니 오빠들을 따로 불러내(?) 질문하고 의견을 이야기하곤 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참 비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 /

하지만 미팅, 세미나를 참여하면 할수록 연구실 사람들은 참 질문에 관대하다는 사실을 느끼는 중이다. 끝없는 토론, 날카로운 반대 의견도 악의 없이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러운 곳이랄까. 난 사실 조금 소심한 편이라 의견, 특히 반대 의견을 이야기하고 듣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인데 공부와 연구에 있어서만큼은 이런 것에 익숙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 생각, 내 연구에 대한 '이유 있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다.

+ 교수님 다음 박사생 다음 석사생 그리고 나...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옳은걸까? 혼란스러워하던 나의 마음에 쿡 와닿았던 송화의 대사

아니 더 싸웠어야지.
니 판단이 맞다고 생각되면 밀어 붙였어야지.
니가 제일 잘 알아. 그 환자분에 대해서.
그럼 니 판단을 믿고 더 싸웠어야지.

 

물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충분한 공부, 고민, 내 판단에 대한 이유 있는 근거 등이 바탕이 되어야겠다~

 

소통... 그런데 이제 정리를 곁들인

회의를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 또 한 가지. 바로 '정리'이다. 충분한 정리만이 회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1) 교수님 미팅 전 정리

◾ 교수님은 이런 미팅을 일주일에 몇 개씩이나 하시는 분...! 리뷰어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발표 준비하기 (우리가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 우리 태스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 경쟁하는 다른 모델은 어떤 성능을 보이는지 등 어필하기)
◾ 모델의 input과 output 명확히 하기 / 결과 이미지는 input들과 함께 보여드리기 등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발표자료 만들기
◾ 이것들은 곧 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교수님께 좋은 코멘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기

2) 미팅/회의 후 정리

◾ 어떠한 결과에 대한 원인은 반드시 파악하고 넘어가기. 반드시 모든 구성원과 합의할 것!
◾ 그를 바탕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떤 방법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을지 등 정리하기.
◾ 그리고 위의 내용은 잘 기록해두기.

 

내 연구의 매력 포인트 찾아주기

연구가 후반부에 접어들고, 라이팅에 들어갈 시기가 가까워질 때마다 이 태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우리의 방법론이 어떤 점에서 뛰어난지, 다른 모델보다는 어떤 점이 나은지 등을 생각해보라는 과제를 자주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부분을 논문을 잘 녹여내야 했고.

이러한 점들은 나의 연구에 취해, 혹은 나에게는 너무 당연해진 것들이라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나의 연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잘 어필하기 위해서는 잘 정의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성능 개선, 코딩에만 몰두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것들인 만큼, 연구를 준비하는 단계, 해나가는 단계, 정리하는 단계에서 계속 고민해봐야 하는 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것이 연구니까 (끄덕)

 

체력도 자산이다

마라톤 회의에서 살아남기, 데드라인을 코앞에 두고도 차분하게 일 처리하기, 급할 땐 밤새기 등... 어떠한 상황, 컨디션에서도 맡은 바를 척척 해내시는 것을 보면서 체력, 집중력, 스트레스 관리도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밤만 되면 힘이 쪽 빠지고, 밤샘에는 취약한 나라 걱정이 많이 된다. 지금은 밤늦게까지 일하지 않도록 계획하고, 밀도 있고 부지런하게 사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는지? 미리 운동 많이 해두자 🏃‍♀️

 

그 외에도...

◾ 논리
- Hairstyle에 대한 모델 → 우리 태스크에 Unique한 (= 특화된) 프로세스나 모듈이 있어야
- Overclaim 주의하기
- ...
◾ 데이터 / 코드 버전 관리 신경 써서하기
◾ 논문은 객관적인 글이 아니라 '설득'의 글. 근거를 바탕으로 나의 연구가 돋보이게 작성하자.
◾ 100만큼 해놓고 80만큼 한 것처럼 보이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자.

다음이 있다면 꼭 Fun하고 Cool하고 Sexy한 연구하기. 다짐!


좋았던 점, 배운 점들을 막 적어두었지만... 10개월 동안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았고 눈물도 한 다섯 바가지쯤 흘린 것 같다. 연구를 마친 지금도 '내가 2년 동안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내가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 곳으로 발을 들이는 건 아닌가'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가있는 나의 미래가 보이는 듯한 이유는 너무나 좋은 환경 아래서 좋은 분들과 함께 한 덕분(?!)일까. 그냥 당분간은 한 사이클을 잘 완주해낸 나를 잘 토닥이면서 지내야지. 이렇게 또 경험 하나 완료! 🥰

??? : 야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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